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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JH 작성일[2009-10-01] 조회8,424회

캠페인 기사- 위민넷 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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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MBC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의 나금순
▲ 2009년 KBS 주말연속극「솔약국집 아들들」의
하나 엄마 최수희위에 나온 사진 속의 그녀들은 모두 미혼모이다. 전자의 나금순은 어린나이에 혼전임신을 한 것을 알고 결혼을 하지만 곧 닥친 사별로 인해 미혼모가 된다. 후자의 최수희는 딸(하나)을 버렸다가 돌아와서 하나 엄마로 살고 있는 열아홉살 미혼모 케이스. 그녀들이 갖는 공통점은 어린나이에 미혼모가 되었다는 것과 아이를 기르기에는 아직 경제적 여건이 넉넉지 못하다는 것. 하지만 평범하지 못한 시작임에도 결코 쉽지 않은 ‘엄마 되기‘를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당찬 여성들이란 점 또한 공통적이다.

예기치 못한 임신, 그리고 어렵게 출산을 결심하게 된 미혼모의 경우 출산의 행복은 보통의 임산부들이 느끼는 그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본인과 아이의 삶에 대한 불안, 걱정, 근심의 무게에 짓눌려 행복과 기쁨의 감정을 누릴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든 것이 그녀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보다 모성은 훨씬 강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많은 미혼모들이 과거에 비해 낙태가 아닌 출산을, 입양보다 양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해 준다.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엄마 마음, 조금은 알겠어요.”
 
▲ 미혼모자시설 <애란원>의 전경엄마 속을 무척이나 썩이던 한 소녀에서 이제는 엄마가 된 김모씨(19).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서대문구 봉원사 길에 위치한 미혼모자시설 <애란원>을 통해 한 어린 미혼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이제는 제법 무거워진 8개월 된 딸아이를 엎고 1시께 열릴 ‘부모교육’ 강좌를 듣기 위해, 그리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김포에서부터 애란원까지 먼 걸음을 달려온 것이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다'란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녀의 임신과 출산 이야기, 엄마로 사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여느 엄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엄마가 된 시기상의 이른 출발이다. 젊음을 즐길 수 있고, 수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10∼20대의 특권을 다 누리지 못한 채 일찍부터 아이와 가정을 보살펴야 하는 그녀. 벌써부터 막중한 책임감이 지워져 고민도 걱정도 한숨도 또래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 무엇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소중한 선물인 해맑게 방긋 웃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고. “그저 아기 때문에 행복하고 힘이 난다”고 어린 엄마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이 어린 엄마를 보고 있으니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녀 간의 사랑을 두고 하는 얘기만은 아닌 듯 싶다.


Q 임신부터 출산, 또 양육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어려움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올해 열아홉 살이에요. 남들이 보기에 얼굴은 어려 보이는데 배는 불룩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막 쳐다보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친구들도 놀러오면 신기해하며 바라보고, 주위에서 “너 이제 어떻게 살래?“ 하고 말로만 걱정해 주고... 저는 오히려 그런 말뿐인 걱정들이 싫었어요. 나는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계속 주변에서 날 이상한 사람, 심지어 장애인 취급하고, 어떻게 살래, 어떻게 살래 하니까 자꾸 위축되고...


Q 임신을 알고서부터는 어디서 지냈는지?
처음에 제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자마자 너무나 걱정되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구요. 제 상황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도 들어보고 싶고, 나누고 싶었어요. 서로 의지가 되고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게요... 그러다 우연히 아는 언니를 통해서 애란원에 대해 알게 되고, 입소한 이후로 삶에 대한 희망도 자신감도 갖게 되었어요. 양육 단계에 이르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니까 정말... 너무나 막막했었기 때문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Q 임신과 출산, 또 아기의 존재는 삶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 마음가짐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뱃속에 있을 때는 불안함이 컸어요. 내가 과연 이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을지, 미래에 대해 너무 궁금하고 불안하고... 그런데 출산한 후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기쁨 같은 게 느껴졌어요. 세상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고, 긍정적으로 보였어요. 살면서 내가 끝까지 돌보고 지켜야 하는 생명이란 생각이 막 자리잡으니까 내가 이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고요. 뭔가 제가 조금씩 어른이 되도록 만드는 존재 같아요. 잘 해야죠.


Q 아기가 어떨 때 가장 예쁜지, 또 아기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지?
마냥 좋아요. 볼 때마다 예쁘고, 인형 같고... 얘가 내 아이구나 싶은 게 너무 행복해요. 엄마들이 너도 네 새끼 키워보라고, 그래야 엄마 심정 안다고들 하시잖아요. 정말 그 말뜻을 알 것 같아요. 아기가 아프면 나도, 아니 그 이상이 아프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자식, 이런 말들을 진짜 공감해요. 거기다 얘가 엄청 애교가 많거든요. 먹는 것도 다 잘 먹고 잠도 일찍 자고 보채지도 않는 것이 꼭 엄마인 저를 힘들지 않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고맙고 예뻐요.


Q 현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전에는 일을 했었구요, 검정고시 준비하려고 일 관둔 뒤에 지금은 학원 알아보고 있어요. 애란원에서 학원비를 지원해 주거든요. 진짜 열심히 공부해 보려고 맘 단단히 먹고 있어요.(웃음)


Q 앞으로 학업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면 아기 때문에 걱정도 되고 여러모로 힘들지 않을까요?
아기는 제가 공부하고 있는 주간 동안 어린이집에 맡길 거예요. 많은 미혼모들이 모르고 계시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미혼모부자를 위한 지원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걱정 덜고 공부할 수 있을 거란 얘기예요. 공부할 때 아기 생각에 집중이 어려울 진 모르지만, 또 여러 가지 부딪칠 상황들에 힘들더라도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서, 좀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이겨나가야죠. 현재 제가 아기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다시 학업에 돌아가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아닐까 해요. 애란원 같은 시설이나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제가 경제적으로 자립이 되어야 하니까요. 돈 벌려면 더 배워야죠.


 
<애란원> 엄마들이 아기를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들(아기 신발, 동물 모형 등 장식용품)


Q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엄마 같아요.
저 원래 하나도 몰랐어요. 아기 안는 법부터 어르고 달래고 먹이고 재우고 모든 것을 여기서(애란원) 다 배웠어요. 애란원이 산후조리사도 붙여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데요. 지금은 아기 우유 타 먹이는 것, 기저귀 가는 것, 배변 본 거 처리하는 것, 많이 익숙해지고 자신있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Q 아기에게 하고 싶은 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냥 무럭무럭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잘 자라줬으면, 오래오래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뭐, 얘가 좀 더 크면 저도 다른 엄마들처럼 조금씩 욕심도 생기겠죠?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뭣도 잘했으면 좋겠고... (웃음)


Q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딱 이 한 가지 생각 가지고 했어요. 이 기사를 보는 분들 중에서 저와 같은 분들이 있다면 힘내시고 용기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애란원처럼 적극적으로 미혼모들 돕고 지원해주는 기관들 많으니까, 혼자 너무 괴로워만 마시고 당당하게 도움의 손길 요청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예전에 있던 센터에서 잘 몰라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제 인터뷰 기사를 읽는 미혼모 분들은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우릴 바라보는 눈빛은 아직 많이 차갑지만 그래도 우릴 격려해 주는 곳, 고마운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니까 같이 힘내요!


인터뷰를 마치고...
쌔근쌔근 잠든 아기를 두 팔로 안고 가만히 내려다보는 김 씨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그녀의 나이가 열아홉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실로 엄마가 되어 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사랑이 충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 한 생명을 품게 되던 그 때, 출산을 결심하고 양육을 간절히 원했던 그 때부터, 아직 한참 어렸던 그녀는 불완전하지만 이미 단단히 각오한 ‘엄마’였다. 뱃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아기와 함께 남들처럼 그녀 역시 한 아이의 엄마 되기를 준비하며 한 뼘 한 뼘 성장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그녀는 아무 탈 없이 아이를 잘 키워나가고 있는 대견스럽고 기특한, 장한 엄마이다.

그녀가 선택한 어머니의 길은 남들보다 더 고달프고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열 달 동안 뱃속에 고이 품고 모진 세상의 찬바람을 견뎌냈던 모성, 그 사랑의 힘으로 이제 무럭무럭 자라날 아이에게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들었다. 앞에 앉은 그 여인이 내뿜는 삶에 대한 에너지와 희망, 그리고 열정. 무엇보다 자식을 향한 애틋한 모성이 그녀의 바람처럼 이 땅의 많은 ‘그녀들’에게 그리고 그들 가정에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자랑스러운 어머니, 당신을 응원합니다!
세상의 차가운 편견과 맞서는 그녀들, 미혼모들은 작고, 여리고, 그래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여인들이지만 자녀에게 만큼은 누구보다 강하고 듬직한 존재, 그래서 아름답고 더없이 훌륭한 어머니이다.
오늘도 그녀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을 위해, 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용감히 내딛고 있다. 아이는 그녀들을 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고 삶의 행복이며,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들이 좀 더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는 보다 밝고 좀 더 따뜻한 내일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이 시대 진정한 어머니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는 그녀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 씨 :“열심히 살다가 다음번 인터뷰 할 때는 꼭 어머니로도, 사회에서도 성공한 모습으로 인터뷰할거예요. 그럼 그때는 제가 지금보다 저 같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힘이 되어 줄 수 있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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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aerancounsel@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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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소 : (121-806)서울특별시 마포구 노고산동 31-79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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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서대문역 하차, 6번 출구로 20m 정도 걸어 7024 타고 ‘봉원사 길‘ 정거장 하차 )
글&사진 | 위민기자 이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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